좋은 말을 사오면 한국 경마도 달라질까?
좋은 외국산마를 사오고, 그 말을 잘 키워서 해외의 큰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내보자.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나도 그런 한국 경마를 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그게 얼마나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보면 답답해진다. 좋은 말을 살 돈도 필요하지만, 사온 말을 잘 키우고, 오래 달리게 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먼저 마주의 사정부터 보자.
현장에서 듣고 파악한 바로는 흑자를 내는 마주가 전체의 30% 정도로 많은 마주가 손실을 감수하며 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마주가 꼭 돈을 벌려고만 경마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말이 뛰는 즐거움도 있고, 우승했을 때의 기쁨도 있다. 그렇다고 계속 손해를 보면서 더 비싼 말을 사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만 달러짜리 말을 사는 것도 고민인데, 더 좋은 말을 사려 10만 달러, 20만 달러를 쓰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3억 원짜리 말을 샀다고 해보자. 말값이 비싸졌다고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상금도 같이 늘어나는가?
그렇지 않다.
일반경주 1위 순위상금은 4등급이 3,300만 원, 1등급이 6,050만 원이다. 이것도 전부 마주의 이익으로 남는 돈은 아니다.(마주분 78%) 말을 사온 뒤에도 운송비, 육성비, 관리비, 진료비가 계속 들어간다. 쉬는 동안에도 돈은 나간다.
비싼 말을 샀으면 그만큼 훨씬 잘 뛰길 기대한다. 여러 번 이기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활동해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비싸게 샀다는 이유로 그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등급에 올라갈수록 상대도 강해진다.
그러니 마주가 구매가격을 적정선으로 낮춰 잡는 것은 당연한 판단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마주들이 좋은 말에 투자하지 않는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이전에는 국산마와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5만달러이하만 수입가능했던 상한제가 풀리면서 수많은 한국 상금수준에 안맞는 고가경매가들이 도입된 적도 있다. 12만달러,17만달러, 24만달러 등등... 매해마다 고가의 경매마들이 도입되었는데 그들은 어떤 결과를 보여줬는가? 한국경마에서 이름을 떨쳤던 경주마가 있는가?
한국 경마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모두의 목표라면, 그 부담도 함께 나눠야 한다. 마주에게만 돈을 더 쓰라고 해서는 수준을 높일수는 없다. 또한 우수도입마라는 개념 자체에도 어패가 있다. 그걸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해외의 경우와 같이 유능한 컨설턴트를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많은 고민도 있어야만 한다.
어렵게 좋은 말을 사왔다고 해도 그 다음이 문제다.
말은 혈통서와 컨퍼메이션만 좋다고 잘 뛰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먹이고, 키우고, 운동시키고, 상태를 살펴야 한다. 그 과정이 쌓여야 능력이 나온다. 사료마저도 세계적인 품질의 경주마용 사료보다는 국내산사료들이 더 많이 유통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 말이 매일 뛰는 주로는 충분히 좋은가?
모래 두께를 맞추고 물을 뿌렸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주로 안에서도 어느 곳은 단단하고 어느 곳은 깊을 수 있다. 비가 온 뒤 물이 남는 곳도 있을 수 있고, 곡선이나 주로가 연결되는 부분의 상태가 다를 수도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한국 주로가 전부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좋은 말을 오래 조교하기에 충분한 상태라고 자신 있게 말할 근거도 더 필요하다.
마사회는 어느 구간을 어떻게 측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무엇을 고쳤는지 보여줘야 한다. 매일 경주를 치렀다는 것과 주로를 잘 관리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다음주에 새로 개장하는 벨몬트경마장을 보자는 것도 꼭 그곳과 똑같이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그곳은 주로 아래의 기층과 배수까지 손보고, 겨울에는 별도의 합성주로를 쓰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도 날씨와 사용량에 맞춰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검토하자는 얘기다.
주로 관리 방식도 따져볼 일이다. 현재 한국마사회시설관리가 모래 정비와 장비 작업, 폭우, 결빙대응 등을 맡고 있다고 공개하고 있다. 자회사나 외부 업체에 일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사회가 그 작업의 수준을 판단하고 책임질 능력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누가 모래를 고르는지, 어떤 기준으로 작업하는지, 작업 후 상태는 누가 확인하는지, 위험하면 누가 조교나 경주를 멈추는지 분명해야 한다. 일을 맡겼다고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1,600억원을 넘는 1년 예산이에 대한 설명중에, 그중 얼마가 말이 뛰는 곳을 개선하는 데 쓰였는지가 궁금하다. 좋은 말을 사오라는 말을 하려면, 그 말이 뛰는 바닥에 대한 투자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상을 막는 일에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좋은 말을 사와서 잘 키우다가 다치면 그동안의 돈과 시간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마주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말은 고통을 겪고, 기수도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PET나 입식 CT 같은 장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기계만 있으면 모든 골절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이상을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더 크게 다치기 전에 쉬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다.
장비를 사는 것에서 끝나서도 안 된다. 검사가 필요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제대로 판독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검사 결과와 치료 기록, 최근 운동량을 함께 보고 출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클린원과 같이 쇼크웨이브 72회를 시술할만큼 반복해서 치료받는 말이라면 왜 치료가 계속 필요한지, 지금 운동을 이어가도 되는지 살펴야 한다.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입식CT와 같은 장비가 필요한것이다.
(대당 15억원가량으로 미국, 일본, 호주에서 운영중인 장비이고 2020년 멜버른컵 골절사고 이후 전출주마들은 미세크랙과 부하에 따른 변위가 판독가능한 입식CT가 도입되었고 그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주를 못한다.)
(참고로 한국은 경주 10일전까지 쇼크웨이브 처치가 가능하지만 캘리포니아 케이스는 쇼크웨이브 처치이후 30일간 출주금지다. 클린원은 경주전 10일 이상에 딱 맞춰서 쇼크웨이브 처치를 한지 아주 오래됬다. 1주일 간격으로 꾸준하게 처치한 경우도 여러번이다. 이게 이번의 골절과 아무 상관없다고 확신 할 수 있는가? 과연 조교사와 마주는 그 위험성을 몰랐을까? 이미 오래전부터 구절이 안 좋아서 오래 못간다? 종자골 부위에 문제가 있다? 라는 카더라 소문은 오래전부터 돌았고? 다들 알고 있던거 아닌가? 인터뷰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여러 발언이 있었다... 로쉬 또한 비슷한 발언들이 많은데...
그 상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최소 6개웧의 중장기 휴양이후 복귀까지 3개월 9개월간의 공백이냐? 쇼크웨이브를 이용한 위험성을 감수한 경주출주냐의 갈림길에서 휴양을 배제한 주체는 분명히 있다. 이게 잘못된 선택이 아닐수도 있어 개인적인 의견은 없다. 입식CT케 체크후 경주를 못뛰게하는 등 제도적인 강화가 있었더라면 클린원은 지금보다 더 나이먹고도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누구도 모르는 미래에 장담을 못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사견은 없다.)
마주가 관리비와 상금 때문에 쉬게 하는 결정을 망설인다면, 그 부담을 줄여줄 방법도 필요하다. 계속 출전할 때만 지원하고 쉬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면, 안전을 우선하라는 말이 현장에서 얼마나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말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이런 데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무슨 행사를 했고 어떤 구호를 내걸었는지보다, 다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를 보고 싶다.
좋은 말을 만들어내는 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국내산마의 수준을 높이려면 우수마 생산을 기대할큼의 좋은 씨수말들은 필수이고 좋은 종빈마가 있어야 하고, 태어난 망아지를 제대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년간 경주마생산 두수 : 미국 2만여두, 잏본 8천여두. 한국 1천여두)
우수 종빈마 도입사업을 오레전에 정리했다는 현장의 지적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사업을 없앴다면, 그 역할을 대신할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사업 이름이나 방식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씨암말을 확보하고 국내 생산의 질을 높이는 일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 투자해도 결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리는 일인데, 그 투자를 미루면 좋은 국내산마를 만날 시기도 늦어진다.
생산자에게 좋은 말을 만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번식자원을 확보하고 망아지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말을 다룰 사람도 함께 데려와야 한다.
기수 문제는 당장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자체 양성이 중단됐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고, 현재는 해외 교육을 통한 양성도 추진되고 있다. 2026년에는 남아공 기수학교로 교육생 5명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교육생이 배워서 돌아오고, 국내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경험 있는 외국 기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계약과 생활 여건을 마련하고, 실력으로 경쟁할 기회를 줘야 한다.
트랙라이더도 꼭 함께 생각해야 한다. 경주 날 누가 타느냐만큼 평소에 누가 어떻게 운동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정해진 속도로 운동시키고, 말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알아채고, 조교사와 수의사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단순히 말을 탈 줄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좋은 말을 사오는 데 몇억 원을 쓰면서 그 말을 매일 운동시킬 사람을 확보하는 데 돈을 아낀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수마를 도입할 때는 숙련된 트랙라이더를 확보하는 계획도 같이 있어야 한다.
물론 외국인이라고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과 실제 능력을 보고 데려와야 한다. 제대로 대우하고, 국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기술과 경험이 남도록 해야 한다.
조교사도 마찬가지다. 좋은 말을 얼마나 맡았느냐만 볼 것이 아니라, 맡은 말을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평가해야 한다. 외국 조교사에게도 문을 열고, 국내 현장에서 배우고 경쟁할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해외 원정은 위모든게 다 갖추어지고 시간이 지난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바로 해외에서도 잘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주로와 날씨, 수송, 검역, 현지 조교에 적응해야 한다. 그 준비에는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원정에 가면 국내에서 뛸 기회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돌아와서 쉬는 기간도 필요하다. 이런 부담까지 마주가 감당해야 한다면,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해외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한국 경마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준비와 위험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 출전했다는 사실이나 한 번의 입상만 볼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서 나갔는지, 건강하게 돌아와 다음 경력을 이어가는지도 봐야 한다.
결국 이 문제들은 전부 연결되어 있다.
마주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좋은 말을 사기 힘들다. 좋은 말을 사와도 사람과 주로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 어렵게 키운 말이 다치면 해외에 도전할 기회도 사라진다. 국내 생산을 위한 투자가 약해지면 그 빈자리를 채울 말도 부족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에게 돈을 더 쓰라고 하고, 조교사와 기수에게 더 잘하라고만 해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물론 블루치퍼, 돌콩와 같이 좋은 말 한 마리가 나와 해외에서 성공할 수는 있다. 정말 뛰어난 사람들의 노력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성공으로 지금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몇몇 마주가 운이 아주 좋아 성공하는 케이스가 아니다. 20만 ~ 30만달러급의 미국산마를 사서 꿈을 가지고 싶다면 씨숫말로 천억원의 배당금을 노릴 수 있는 미국마주를 하지? 왜 한국에서 하겠는가? 이게 현실적인 대답이지만 그래도 한국환경도 좋아져 많은 마주가 참여하고, 좋은 말이 제대로 자라고, 건강하게 경력을 쌓아서 해외에 도전하길 바라는 것이다.
좋은 말을 사오고 세계대회에서 이기라고 하려면, 마사회도 그에 맞는 상금과 사람, 주로와 의료에 투자해야 한다. 그 준비는 부족한데 성과만 요구한다면, 결국 돈은 마주가 더 내고 부담은 말이 견디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어제 우연히 본 게시글에 우리는 불가능하다라는 막연한 댓글을 달았다가 그게 못내 아쉬워서 많은 고민을 해보고 올린다. '왜 일본애들한테 우리는 안될까?' 라는 고민이후에는 경마산업애 대한 이해가 있어야하다는 전제조건을 인식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