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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
2025-11-17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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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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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이면 떠오르는 어머니
비가 올 듯 구름이 낮게 깔린 늦가을 들판.
바람은 싸늘했고,
짚과 흙이 섞인 냄새가 코끝에 아릿하게 스며들던 계절.
지금 이맘때가 되면
나는 자꾸만 그날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님은 볏집 열다섯 단을
두 팔로 힘껏 끌어안아
머리 위로 올리려 애를 쓰셨다.
첫 번째,
볏집 무게에 중심이 무너지며
어머님은 허리째 앞으로 꺾여
질척한 흙바닥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두 번째,
머리 위까지 거의 올렸지만
햇볕에 덜 말라 무게가 쏠리자
어머님은 진흙 위에서 또 미끄러져
무릎을 꿇듯 주저앉으셨다.
짚 냄새와 흙 냄새는
옷에도, 얼굴에도, 머리에도 다 묻었다.
세 번째는
손의 힘마저 빠져
볏집이 와르르 쏟아져 버렸다.
저녁 들판에 탁? 하고 울리는 그 소리.
나는 어릴 적 작은 몸으로
그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숨만 조금 고른 뒤
허리를 바로 펴고
다시 볏집을 무릎에 올리고,
가슴에 올리고,
어깨에 올리며
마침내 머리 위에 반듯하게 이셨다.
짚단이 흔들려도
어머님은 턱을 조금 들고
집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셨다.
나는 그 뒤에서
낫과 이삭 모가지를 들고
넘어지고 또 일어나며
어머니의 흔들림 없는 뒷모습을
잃지 않으려 허둥지둥 따라갔다.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
저녁노을이 붉게 번지던 그 하늘,
미끄러운 흙길과 볏집 냄새.
이맘때의 바람만 스쳐도
그날의 어머니가 그대로 되살아온다.
어머니의 뒷모습은
지금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고엽처럼 흩날리며
나를 멈춰 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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