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차가 내려다준 영등포역
무료 급식 차량 그 행렬에 끼어 먹어본 소고기 국밥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삼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간혹 생각이 난다,
노숙자들과 어울려 적지 않게 기울인 소줏잔
그들간에도 먹이 사슬이 있음을 알았다.
사람들은 그들을 하류인생이라 칭하여 경멸할지
모르지만
잉여인간이 존재하지 아니함
정상적 인간 사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오히려 도박에 빠져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면서
악플에 심취한 무리들보담 노숙자의 삶이
더 가치로울 수도 있다.
아래 글은
유난히 관찰을 즐기는 필자의 기억속 필름을
현상함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가 그 초상의 주인공인양 도둑이 지발 저려
글 삭제를 요청한 자는 정녕 수치를 모르는 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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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구의 하루는 3배로 시작된다천황에게 1배
야스꾸니 신사에 1배
흑석동에 계시는 왜선일보 사장의
4,800평 저택을 향하여 1배!
4.8평짜리 지하방
한귀퉁이 벽에 걸린 부모님 사진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속옷이라곤 훈도시
벚꽃 문양이 새겨진 두루마리를 걸치고
아침 식사를 위하여
닥스훈트 마냥 짧은 다리를 총총거리며 달려간 그 곳!
역전 무료급식소!
낯익은 숙자 형님들을 향하여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날린다.
단무지 한 개만 더 얹어 달라고 보채는 빨구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밤새 냉기 찬 몸을 녹이며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흡연실!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를
검정색 비닐에 주어 담는다.
‘오늘은 장초가 이렇게도 없냐?’ 투덜 투덜!
배도 채운 데다 주운 꽁초로 담배까지 땡긴
빨구의 흐뭇한 표정!
이윽고 빨구는 매뉴얼에 따른 다음 코스로
따스한 지하철에 무임승차 후 단추 구멍만한 눈을
뱀처럼 날름거리며
젊은 아가씨들의 몸매를 훑어 대다
코를 골기 시작한다.
종점에서 다시 제자리로
지하철 게이트 밑을 기어서 나온 빨구
역전에 삼삼오오 모여서 고스톱을 치면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숙자 형님들 곁에
꼽사리를 끼어 소주 한잔 얻어 먹으려
갖은 아부를 해댄다.
몇 차례 술심부름을 한 후 대가로 받은
소주 몇 잔에 취기가 오른 빨구
조금전까지 형님 형님 하던 숙자들을 상대로
잘난 척 설교를 시작하니
열받은 숙자들 ‘ 빨구 이 넘 또 훈장질이네,
한따까리 하기 전에 안 꺼질래’
결국 쫒겨 난 빨구
시장통을 터벅 터벅!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만두 가게 앞에서 침을 꼴깍 꼴깍!
간혹 불쌍히 여겨 만두 한 두개를 던져주던 주인장
오늘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괜히 서럽다 원망이 치밀어 오른다
‘쓰벌! 그 넘의 갱마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저넘의 먹음직스런 만두 천 개는 더 사먹었을텐데!
더 쓰벌! 그 넘의 예상가들을 믿지만 않았어도
만두 가게 하나는 차렸을 텐데!‘
그랬다!
빨구는 평생 신문 배달로 모은
그 피같은 돈을
예상가들의 말만 믿고 불 베팅 끝에
저 모양 저 꼴이 되었던 것이다.
주린배를 움켜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어느새 어둠이 깔려 있다.
골목 어귀 중학생 너댓넘이 담배을 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빨구 본연의 비굴한 표정으로
‘형씨들 담배 몇 개비만 얻을 수 있나요?’
중학생!
늙은 넘이 말하는 본새가 기특하다며
무려 다섯 개비를 건넨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시하는 빨구
어두컴컴한 집구석에 들어 와
주민 센터에서 얻어온 컵라면을 데워 먹는다.
그리고
낡은 휴대폰을 꺼내어 갱마 사이트에 접속!
예상가를 원망하거나 남들에게 훈장질을 하면서
시비를 걸다
상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엔돌핀이 쏫는 듯
킥킥거리고 있다.
그러나 때로 강적을 만나 오히려 약이 오르면,
구멍가게로 달려가 사정사정 끝에 외상으로 소주 한병!
빈속에 들이 부운 소주 한병이 현실을 일깨운다.
그 넘의 갱마 그 넘의 예상가
뼈 빠지게 벌었으나 없어진 돈!
천만원이나 되는 비용을 들였으나
빨구의 잔소리에 못이겨 도망가 버린 베트남 마누라 생각!
중학생들에게 얻어온 담배마저 다 떨어지자
죽는 순간까지 반복되어질 오늘이란 현실!
늙은 빨구의 단추 구멍만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믈이 뚝뚝뚝 떨어져 내린다.
하루종일 눈길 한번 주지도 않던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ㅡ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독백속에 잠이 든 빨구의 머리맡
일장기가 덩그러니 내려다 보고 있다.
. . . 비움. . .